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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증상과 시기에 대한 조그마한 변명. 사춘기 드라마를 따로 볼 필요가 없죠. 인생자체가 드라마니까. 사춘기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냥 벌어진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로부터 어디선가 무언가를 보고 영향을 받은 것이죠. 질풍노도의 시기를 어떻게 넘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2 괴물,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

 

이 세상에서 귀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생명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생명이건 타인의 생명이건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의 분신과도 같은 아이의 생명은 더욱 소중하다. 오죽하면 고슴도치 새끼도 자기 새끼가 예쁘다.’라는 말이 있을까? 미디어를 통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뉴스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사고가 나자 엄마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소식들이다. 그만큼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가 아이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한다. 쌔근쌔근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땅의 모든 평화가 그 아이에게 있는 듯이 느껴진다. 뒤집고 기기 시작하면 동작 하나하나가 그렇게 신기할 수 없다.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면 아이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한다. 이제는 뛰기까지 하고 사람다운 티가 난다.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면서 한 시름 놓기도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2학년, 3학년 때까지는 그래도 품안에 있는 듯싶다. 제법 생각할 줄도 알고 말도 어느 정도 문장구조에 맞게 말한다. 논리가 어느 정도 생성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사춘기가 시작되는 4학년, 즉 십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더 독립적이고 에너지가 넘쳐나기 시작한다. 점점 말대꾸가 늘고 짜증내고 말이 험해져 간다. 어떤 때는 방 안에만 있기도 하고 친구들과 노느냐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스마트폰과 거울을 달고 다니고 친구들과 떼를 지어 다닌다. 그 외에도 나열하려면 끝도 없을 만큼 부모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일들이 생겨난다. 신경전으로 인해 부모의 날선 검과 같은 말들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아이도 지지 않고 대든다. 결국에는 한 집에 있어도 말을 섞지 않거나 더 심한 경우 아이가 가출을 시도한다.

 

가출하니까 어때? 살만하니?”

일단 학교 안가도 되고 잔소리도 듣지 않아도 돼서 그건 좋네요.”

엄마, 아빠 보고 싶지 않아?”

선생님, 저 엄마 아빠 때문에 집나온거에요. 잘 곳이 불편하고 돈이 없어서 그렇지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은데요. 알바해서 돈은 벌면되고.....”

소희야, 넌 광고도 안보니? 집나오면 개고생이라는데.”

 

한바탕 웃어 재끼지만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쿨한 척하지만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표정을 볼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입고 자고 먹을 것 해결되는 집만큼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2012년도 여성가족부에서 집행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일반집단과 위기집단을 구분해서 가출실태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일반 청소년의 경우 12.2%, 위기청소년의 경우 72.8%의 비율로 가출한다고 조사되었다. 우리가 만나는 일반 청소년 아이들 100명중 12명은 가출을 했던 아이들이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 있거나 학교부적응 아이 100명중 72명은 가출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중학생 중에는 역시나 중2가 가장 많았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유해환경접촉종합실태조사, 가출청소년, 2012) 아이들의 특징을 보면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에 과다한 불만을 가지고 있음이 조사결과에 드러나 있다.

 

부모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사춘기의 현상이 일어나는 시점부터 일찍 대책을 세우는 사람은 현명한 것이다. 사춘기의 정점인 중2가 되어서 고민하고 상담을 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 이것도 그나마 나은 것이다. 그냥 끙끙 앓고만 있는 부모들도 있다. ‘어떻해?’ 하며 걱정만 하지 아무 액션을 하지 않는 부모들도 상당수다. ‘저러다가 말겠지하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 자녀는 실험대상이 아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이고 시간이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다. 그러기에 촉을 세우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그런데 더 문제는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중2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하는 분들이다. 간혹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인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교육을 좀 받았다는 부모들 중에 자수성가도 하고 자기감정에 충실한 분들이 이런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자기가 이루지 못한 소망들을 아이에게 투영하거나 자기 나름대로의 성공방식을 주입하려든다.

 

아빠는 아무것도 없이 일어섰어. 부모도 없이, 돈도 없이 말이야.”

네가 지금 있는 이 환경이 뭐가 부족해서......”

너에게 투자한 돈이 얼만 줄 알아?”

 

위대한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눌리는 것이다. 아빠 엄마의 업적을 보니 어마어마하다. 그 그늘에 가려 살아가려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중압감이 사춘기의 아이들을 짖누르고 있다.

 

싹부터 제대로 틔우자

짖눌린 마음의 양상이 결국은 괴물로 만들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당부하고 싶다. 아이를 갖을 때부터 사춘기를 대비하라고. 3세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지금 당장 사춘기를 위한 아이의 교육을 시작하라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부모라면 사춘기의 싹이 나기 시작할 터이니 나쁜 싹이 나지 않도록 지금부터 가르치라고 말이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이 편찬한 이담속찬에는 소지장선 양엽가변(蔬之將善 兩葉可辨)이라는 말이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싹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한다.

 

나의 아버지는 농부다. 75년 한 평생을 흙과 잡초와 씨름하며 살아 오셨다. 지금은 포도농사를 지으시는데 농부들이 봄이 되면 늘 하는 일이 있다. 많은 일이 있지만 그 중에 씨앗을 뿌리고 작물을 심는다. 어느 정도 자라면 을 준다. 순이라는 것은 포도나무에서 자라난 과 같은 것이다. 이 작업은 일 년 농사를 결정짓는 일이다. 어떤 순을 잘라내고 어떤 순을 남겨둘 것인지를 결정짓는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지켜본다. 어떤 해는 풍년이어서 마음에 흡족해 하시기도 하고 어떤 해는 쫄딱 말아먹기도 하신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으시고 다음 해를 기다리시는 모습을 본다. 겨울을 겸허히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기운차게 일어나서 자식 돌보듯이 포도나무를 돌보신다. 자식도 농사라 하지 않는가? ‘자식농사평생을 지어야 할 농사다.

 

자녀교육에 성공이 있나?

지금의 우리 아이들-한나(2), 성혁(6)-이 있기까지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계획하고 수정하고 하는 일들을 반복했다. 언제부터? 태어날 때부터.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인데 탁월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스스로 계획할 줄 알고 마음먹은 것을 실행할 줄 안다. 부모를 사랑하며 타인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 이 마음과 생각이 더욱 커지도록 할 생각이다.

누군가 물었다.

자녀 교육에 성공 했나요?” 참 어이없는 질문이 아닌가?

나는 반문한다.

자녀교육에 성공이 있나요? 무엇이 자녀교육의 성공인가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아이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려고 하는 시기 이전에 찾을 수 있는 도구들을 이미 준비해 주어야 한다. 찾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녀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아닌 구체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많은 자녀교육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자녀 교육에 얼마나 열심인가? 그런데 그 교육의 포커스가 어디에 맞춰 있느냐가 문제다. 겉모양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교육에 포인트 맞춰 있으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지 않나? 사실 지금까지 우리의 부모세대는 가난을 이겨내는 일에 온 힘을 쏟으셨다. 그래서 오늘날 부강한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서서 정신세계도 부강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 쪽으로만 치우쳐진 비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부모 된 우리 모두의 과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에게 중2의 시기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시기다. 비틀어진 자아로 인해 괴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참다운 인간으로서 이 땅에 태어남이 후회없는 인생으로 살아가게 할 것인가? 이것만은 알아두자.

 

괴물로 태어난 인생은 없다.’

 

 

 

 

 

-킹메이커교육연구소 조덕형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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